생생한 꿈

“으아아아악!” 귀청을 찢는 비명소리에 당신은 간신히 의식의 끝자락을 붙듭니다. 눈이 멀어버린 것인지 앞이 보이질 않습니다. 깜빡, 또 깜빡. 눈을 깜빡이자 어슴푸레한 불빛이 시야의 가장자리를 갉아먹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천근처럼 무거워진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본 순간, 당신의 심장은 철렁하고 내려앉습니다. 피투성이가 된 당신의 동료가 돌 제단 위에 사지가 포박당한 채로 공허한 시선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가슴팍 위로 예복을 눌러 쓴 검은 형상이 올라탄 채 심장에 꽂힌 은제 단도를 빼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당신은 포박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려 온 몸에 힘을 줬지만, 그래봐야 손가락 끝만 까딱 움직일 수 있을 뿐 머리 아래로는 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때 예복을 입은 남자가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당신은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창백하게 탈색된 사람의 얼굴 가죽을 마치 가면처럼 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가 다시 싸늘하게 식은 당신의 동료를 향해 내려다보더니, 은제 단도로 동료의 얼굴에서 살가죽을 벗겨내기 시작합니다. 그러는 동안 그는 이따금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었고, 그 주문을 따라 사방에서 영창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그가 제단에서 내려와 저벅저벅거리는 발소리를 내며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그분께서 그대를 시종으로 삼으셨나니, 그대는 일천 한 번째 가면으로 우리와 함께 서리라.”

예복을 입은 남자는 당신의 동료에게서 벗겨낸 얼굴 가죽을 당신의 머리 위로 높이 들어올렸고, 살가죽에서 떨어진 선혈이 당신의 눈과 입가로 흘러들며 비릿한 핏맛이 혀끝에 감돕니다. 그리고는 그 살가죽이 당신을 향해 점점 다가옵니다.

또 다시 비명을 내지른 순간, 당신은 화들짝 놀라며 바닥으로 내팽겨쳐집니다. 하지만 당신을 향해 날아든 것은 음습한 돌바닥이 아니라 엑셀시어 호텔의 빛바랜 타일이었습니다. 이제서야 한낱 꿈임을 깨닫습니다. 정말 지독한 악몽이었습니다.

당신은 끔찍한 악몽을 꾸었습니다. 이 악몽에 대한 정보는 별도의 지시를 받기 전에는 다른 조사자들에게도 알려주지 말아야 합니다. 말한다 한들, 미친 사람 취급만 받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 봐야 한낱 꿈이지 않느냐?